[스테이블 코인이 쏘아 올리고 있는 공에 대해, by 양동신]
평소 코인도 관심 없고, 거시경제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요즘 돌아다니는 스테이블 코인은 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주말을 맞이하여 좀 들여다봤다.
굳이 스테이블 코인을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이놈은 앞으로도 시장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좀 공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인(Stable) 코인을 이야기한다.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 또는 금과 같은 기초자산에 가치를 연동시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아니, 코인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급등락이 기본이거늘,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신다면, 이 코인의 효용은 간단히 환전스프레드*와 SWIFT CODE와 같은 불편한 외화 송금 등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이 변동성이 높은 코인의 경우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과 같이 가치 변동성이 적은 암호화폐는 거래비용이 낮아 안정적인 국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스테이블 코인도 사용자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들은 미국 국채를 담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특별히 미국 정부가 국채를 담보로 하라고 강제하진 않았지만, 규제 기관 권고나 금융 안정성 요구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
물론 미국 단기 국채(T-Bills)의 이자율은 현재 대략 4%가 조금 넘는데, 이렇게 되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는 가만히 앉아서 보유 자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스테이블 코인이 사들이는 미국 국채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 궁금하실 텐데, 얼마 전 기사에 따르면 이게 독일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의 양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이제부터 숫자가 좀 들어가는데, 자산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만 머리가 아파 보자.
참고로 모든 숫자는 미 재무부 TBAC에서 올 10월에 발표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따왔다. (제목: Digital Assets and the Treasury Market, 구글링하면 바로 나온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은 166 bUSD 수준이다. (약 231조 원) 전체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2,385 bUSD이며, 비트코인은 여기서 1,364 bUSD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게 5년 전엔 5 bUSD 수준이었기 때문에 성장세가 무섭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총합은 59 tUSD이고, 부동산 시장은 52 tUSD, 상업은행 예금 총액은 17 tUSD, 유통 중인 통화는 2 tUSD 수준이다. 거래 가능한 미국 국채의 총액은 27 tUSD 정도 되는데, 여기서 단기 국채는 6 tUSD다.
스테이블 코인은 현재까지 미국 단기 국채를 담보로 하고 있는데, TBAC에서는 이를 120 bUSD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기 국채 중 스테이블 코인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비중은 2%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른 국가별 미국 채권 보유액 현황을 보면 일본이 1.1 tUSD, 중국이 0.7 tUSD, 영국이 0.7 tUSD, 그리고 우리나라가 127 bUSD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현재 스테이블 코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 채권은 한국 수준까지는 왔으며, 현 추세로는 조만간 빅10이나 빅5 국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가끔 중국의 미국 채권 매도로 인해 뭔가 세계경제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전체 미국 채권 시장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좀 너무 나간 생각이 아닌가 싶다.
미국 채권의 경우 총액은 35 tUSD 수준인데, 이 중 절반은 미국 개인 및 기관이 가지고 있고, 4.4 tUSD 정도는 연준이, 그리고 나머지도 미국 사회보장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이 가지고 있으며, 이보다 작은 양이 각 국가별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튼 스테이블 코인의 출현은 새로운 미국 채권 수요를 창출해 나가고 있고, 이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암호화폐가 기존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는데, 되려 이 현상은 미국 국채와 달러화에 대한 신뢰와 수요를 강화시키는 역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왜 트럼프가 손바닥 뒤집듯이 예전의 말을 바꾸며, 현재와 같이 암호화폐를 지지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상기와 같은 맥락으로 봤을 때 미국이라는 국가 입장에선 이제 암호화폐를 더 이상 멀리할 이유는 점점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 참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이러나 저러나 아직까지 금융경제에도 슬슬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암호화폐, 더 이상 부정해 봐야 큰 의미도 없는 것 같다. 이제 슬슬 받아들여야 할 수도. 물론 그 와중에 쭉쟁이는 잘 걸러내야 할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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